슈퍼 샤이한 브랜드의 매력

내면의 활동은 활발하고 수월하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힘들고 기가 빨리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아마 당신도 저와 비슷한 내향형의 사람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내향형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금방 알아봅니다. 저 또한 최근 유독 눈에 밟히는 내향형 인간이 있습니다. 바로 손흥민 선수가 속해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입니다. 최근 토트넘은 아스날, 리버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지지 않는 공격 축구 스타일을 장착하며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손흥민 선수의 활약도 있지만 무엇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리더십이 핵심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땅을 보고 인터뷰를 하며 어려운 질문들에는 수줍은 미소를 띠는 걸 보면 영락없는 우리과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슈퍼 샤이한 감독이 지난 5년간 4명의 감독도 바꾸지 못한 팀을 단 몇 개월 만에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엔지 감독은 지난 4명의 감독들에게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리더십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이전 감독들의 화려한 언변과 엄청난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이죠.

그렇다면 이 슈퍼 샤이한 내향형 감독의 장점은 뭘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세세히 살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행동들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인 내향형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살피는 편입니다. 상대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눈치가 빠른 편이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이전 감독들이 보지 못한 팀의 분위기와 개인별 장단점들을 단시간에 잘 파악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두 명 빼고는 이전에 있던 선수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팀 구성으로 이렇게 다른 팀을 만들어 좋은 결과까지 내는 걸 보면 특별히 다른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년 사이 프로선수들의 기량이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는 많이 없으니까요.

팀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니 무엇보다 축구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전에는 대스타 허리케인만 보였는데 이제는 팀 전체가 보이고 개별 선수들의 장단점까지 보입니다. 몇몇 선수들의 개인플레이만 보였던 이전과는 다르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 플레이가 보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팀으로 뛰고 클럽으로 존재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토트넘 축구가 이렇게나 재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 5년간 토트넘 경기를 봐왔던 제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토트넘의 변화된 상황을 보면서 브랜드가 취하는 행위 또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같은 수줍은 내향형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진 않지만 ‘고객들은 우린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브랜드가 하는 행동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계속해서 질문하는 브랜드가 되는 거죠. 고객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고객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고객들의 마음을 디테일하게 짐작해 내면서 일단은 브랜드 내부적로 단단한 결속력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들까지 그러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표정으로 당당한 브랜드의 위상을 외부로 드러내길 좋아하는 외향형 브랜드들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최고라는 자신감과 당당한 모습은 보기에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이렇게 자신을 최대한 외부로 드러내며 에너지를 한 곳으로만 쏟아내는 게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수줍음 많고 사교적이지 못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원래 가진 좋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면 브랜드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기 전에 브랜드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내향향의 브랜드가 먼저 돼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방향성이 우리 브랜드와 잘 맞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그때는 관심을 외부로 돌려 외향형 브랜드로의 전향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MBTI로 치면 E만 넘쳐나는 브랜드들이 넘칩니다. 이럴 때 오히려 I형의 브랜드가 은은하고 조용한 매력을 풍기며 고객에게 더욱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요? 토트넘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