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스미는 것

SNS에서 보자 마자 머그컵 하나를 구입했다. 커피 브랜드도 팬시 브랜드도 주방 브랜드도 아닌 증권사에서 만든 머그컵이었다.
아직 미사용인데, 앞으로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커피나 음료를 마실 엄두는 안나고 아마도 내 책상 위 필통이나 관상용으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독특한 제품들은 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도 왠지 더 특별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용하는 물건때문에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경우는 참 많다. 이 컵이 다시 그런 역할을 해 줄거라 기대한다.

처음에 증권사에서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만드는 것이 참 신기하고 궁금했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니 이 모든 활동이 대신이라는 브랜드에 이익이 되는 것들이었다.

사실 나에게 대신이라는 브랜드는
‘큰(대), 믿을(신)’이라는 거창한 구호로만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창의적인 굿즈를 만드는 활동을 보면서 대신증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꼈다.
투자라는 것이 객장이라는 저 멀고 낯선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어깨의 에코백으로, 내 책상 위 컵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굿즈들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연결시키는 좋은 매개체인 것이다.

처음 증권계좌를 만들고 앱을 선택할 때 고민이 정말 많았다.
서너개를 선택의 선상에 올려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키움증권과 대신증권 두개로 좁혔다.

사실 처음부터 전통있는 대신증권이 왠지 믿음이 갔다.
어렸을 때 부터 티비나 광고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큰대 믿을 신의 메시지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그 선택의 순간까지 그 구호가 들려왔다.
투자에 있어서 위험보다는 안전과 신뢰가
제일 아니겠냐는 마음의 소리와 함께.

더구나 그 당시 대신증권에서 만들어내는 굿즈들의
참신함과 퀄리티를 보고 있으면
전통과 신뢰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위트도 있고 좀 놀 줄도 아는 매력적인 사람처럼 다가왔다.

그에 비해 키움증권은 어쩐지 좀 불안해 보였다.
디지털에 더욱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인터넷 위에 세워진 실체가 없는 허상처럼 느껴졌다.

결국 키움보다는 대신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대신의 증권투자 앱인 ‘크레온’을 잘 사용하고 있다. 다른 앱을 사용해 본적이 없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큰 불편은 없다.

대신증권의 사례를 생각하면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브랜드를 위해 극적인 이벤트나 홍보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일시적인 높은 수치의 판매고가
과연 브랜드에게 이익일까?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중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브랜딩이라면 대신증권의 사례가 좋은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바른 브랜딩이란 어쩌면 대신처럼 자연스러운 홍보 활동을 통해 고객들 마음과 머리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잠깐 머물다가는 손님이 아니라 진정한 찐팬들이 많아질 테니까.

홍보나 마케팅에 있어 제약이 많은 증권사도 이렇게나 잘 해내는데, 훨씬 유리한 입장의 일반 소비재 회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