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의 빠르기에서 생각의 빠르기로

사업자등록한지 4년차. 창업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디자인을 시작한 이래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어요. 머리는 좀 복잡하지만, 이 어려운 시절에 참 고마운 일입니다.

과연 이걸 다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싶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3년을 뛰어 넘어왔더니,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이제는 해볼만 하더라구요. 벅찰 때도 있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어떻게든 풀린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됐습니다. 물론 어떻게 해도 안되는 일은 또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그런 일은 빠른 포기가 답이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에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집중하고 몰입하면, 일주일 걸렸던 일도 하루에 풀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감당이 안될 것 같은 일도 초집중한다면 길이 보이더라구요.

예전에 그렇게 밤을 새가며 일을 했던 이유는
집중할 대상의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말 시간을 쏟아 집중해야할 곳에 안쓰고 다른 곳에 힘과
시간을 쏟았던거죠. 방향이 맞지 않는데 목표지점에 빨리
갈 수 없었던 겁니다. ‘손’의 빠르기만 생각했지 ‘생각’의
빠르기와 방향에 신경을 못 썼던겁니다.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는 경기 내내 열심히 뛰지는
않습니다. 전체 경기를 조망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경기 흐름을 바꿔내죠. 메시가 다른 축구 선수들에 비해 키가 크고나 근력 등의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것도 아니죠. 빠른 판단력과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기획도 일이 몰려드는 상황에서는 메시처럼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방향성을 빠르게 결정하고 집중해서 생각의 속도를 최대로 올려야합니다. 그러면 2-3일 안에 만들지 못할 기획안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처럼 영상을 직접 찍어야하는 물리적 시간이 드는 일도 아니니까요.

물론 이렇게 하려면, 평소 머리 속에 프로젝트에 관한 생각들이 멈추지 않아야하죠. 거리를 걷다가도 음식을 먹다가도 티비를 보다가도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게되는 정도의 각성이 일어나니 따지고보면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보고서가 아니라, 프로젝트 미팅을 시작한 후부터 쌓인 시간의 보고서라고 봐야 맞겠네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긴 하지만 이런 과정이 괴롭지는 않아 그래도 다행입니다.

갑자기 몰려드는 일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은 잠시 미뤄 둔 상황입니다. 바쁜 시간이 지나면 아마 새로운 것들에 대한 이런 꼼지락 거림은 계속 될 겁니다. 그 사이 틈을 내 쓰는 이런 글들도 그런 꼼지락거림의 하나일겁니다.

브랜딩과 디자인 서비스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제안하는 일은 언제나 신나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더구나 거기에 공감해주고 고마워하는 의뢰인들을 보면 참 이 일을 잘 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도 느낍니다. 내가 제안한 것들이 때론 사업의 성패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저 또한 사업자의 한사람으로 사업자 대 사업자로서 느끼는 연대감을 느낍니다.

프로젝트를 믿고 맡겨주신 고마움과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꽉찬 주말 아침. 적어도 제에게 일을 맡기는 분들께만은 그라운드의 메시가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골로 꼭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