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과정에서 레퍼런스는 과연 도움이될까?

생생한 브랜딩, 마케팅 사례가 많다보니 그것들만 잘 분석해도 우리 브랜드가 해야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보인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소비 분석툴을 이용하면  누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느 시기에 뭘 구매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얼마든지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업계 소수의 사람들과 사내에서만 공유되던 비밀자료와 고가의 서적에서 얻었던 훌륭한 인사이트들도 이제는 웹상에서 흘러 넘치고 있다.

과연 이 상황은 마케터와 브랜더들에게 좋은 일일까?

조금만 새롭게 접근한 기획으로도 박수를 받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핀터레스트와 비핸스 등 디자인 관련 사이트를 보면 이미 세상에 없는 스타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스타일과 표현은 조금만 시간을 내서 찾으면 비슷한 걸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없더라도 비슷한 느낌의 아트웍은 웹 상 어딘가에는 있다. 이 상황은 과연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에게 좋은 일일까? 조금만 새롭게 아트웍을 해도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던 예전과는 참 다른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이미 공개된 많은 브랜드 기획의 결과물들 사이에서 더 새롭고 차별화된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은 더 심해졌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함께 올라갔다. 어떠 경우에는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어야하는 우리들보다 고객들의 감각과 지식이 더 위에 있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환경이 나는 오히려 반갑다. 나처럼 브랜드와 디자인을 감각보다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려는 기획자와 디자이너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공부꺼리들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돌려보고 뒤집어 보다보면 새로운 게 보일 때가 많다. 실패할 것들과 성공할 것들의 사례를 보면 그것들 안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나올 때도 있으며, 우리가 만들 분위기와 스타일을 이미 있는 것들 중에서 찾아 빠르게 비교해보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시행 착오와 경험을 가진 상품이 어떤 반응과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지도 검색을  통해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이 모든 걸 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했을까? 아마 망망대해에서 진주를 찾아 나서는 선장의 마음이었을려나. 출발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언제 어디라도 핸드폰만 있으면 금방 뭐든지 확인이 가능한 시대에서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금방 따라하고 카피 브랜드도 빛의 속도로 많아지고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의 경쟁도 금방 불이 붙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을 들여다 보는 일이 카피가 목적이 아니라면 수많은 브랜드들에서 배울 것들을 찾아내고 우리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는 어떤 시절보다 지금의 기획자, 디자이너들에겐 축복이 아닐까 싶다.

극소수의 천재 기획과 디자인을 빼고는 결국 서로의 결과물들을 보고 자극받고 배우고 경쟁하면서 더 나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내가 만든 브랜드를 보고도 누군가 배울 수 있게.